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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였더라 기억도 나지 않는데, 문득 찾아보니 이 아이디로 문의글을 남긴 적이 있네요.

19년도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구매한지 3년? 정확하진 않으나 구매내역을 찾을 수도 없을 정도로 오래전에 구매한 프레피 라지...빅...? 여전히 이름을 모르는 가방이 있었지요.

대학생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제가 골라서 가져본, 그리고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했던 가방이었습니다.

함께 많은 곳을 여행 다니면서 수많은 이야기를 녹여냈더니,

가방이 하나둘 아파가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제가 너무 험하게 다룬 탓이겠죠 ㅎㅎ

그런데 비회원 구매여서 구매기록은 찾아볼 수도 없고, 저도 언제 구매했는지 확고하게 알지를 못 하니 선뜻 연락을 못 드리고 고민했어요.

누군가에겐 가방 그거 얼마한다고, 새로 하나 사면 되는데. 하는 가격이었겠지만 당시의 저에겐 너무나 큰 금액이었거든요.

하지만 금액보다도, '이'가방이 내 가방이다라는 인식이 너무 강하게 남아있어서, 이것을 꼭 고쳐서 쓰고 싶었습니다.

수선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어찌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깨끗하게 새로 단장되어서 돌아왔을 때는 너무 좋아서 가방을 또 한껏 품에 안고 있었어요.

저에게 엘리팩토리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하나 더 사고싶다, 사고싶다 생각은 하면서도 시간이 흐르니 점점 더 큰 가방이 필요해지더라구요.

하지만 노트북가방은 너무 크게 다가와서 손을 뻗지 못 했습니다.

그렇게 큰 가방이 필요할 때는 다른 가방을 들고,

가벼이 나가도 될 때는 프레피와 함께 또 다시 새로운 기록들을 계속 남기면서 2023년이 되었네요.

생일이 되고, 문득 새 가방을 알아봐야하나 싶어져서 찾아보다가 엘리 팩토리를 들어왔습니다.

그 사이에 조금 더 큰 가방이 나왔더라구요. 투웨이 프로였습니다.

길게 고민할 필요도 없었지요.

다른 때라면 좀 더 고민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이정도의 금액은 선뜻 쓸 수 있는 나름 사회인이 되었거든요.

가장 좋아하는 색을 고르고, 배송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퇴근길에 이미 도착해있는 택배를 안고 집에 걸어올라오면서, 얼마나 설렜는지 몰라요.

선물상자처럼 생긴 택배박스 안에는, 제가 그 시절 너무나도 기뻐했던 그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새로 만나게 된 가방도 얼마나 곱고 사랑스러운지, 다른 생각들을 하기도 전에 가방을 안아보고 어깨에 걸쳐보고, 눈물도 펑펑 쏟았네요.

지금의 제가 딱 원하는, 패드가 들어가고 스위치가 들어가며 그것들을 넣고도 이것저것 넣을 수 있는, 딱 알맞은 외출용 가방 사이즈여서 너무 기쁩니다.

같이 두니 프레피를 새삼 오래썼구나, 하는 실감도 오네요. 

꼭 그 날들의 저처럼 보입니다. 멋들어지게 각이 잡혀있진 않지만,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모양을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좀 많이 낡았지만, 그것들은 흉이 아니라 세월이 준 자연스러운 모습처럼 보입니다.

이런 헛소리를 하면 꼰대라는데 아직... 그럴 나이까진 아닌 것 같은데...

아무튼, 새 가방은 이제 사회인이 된 저와 또 많은 이야기를 쌓아가겠지요.

그 모든 날들이 너무나도 기대됩니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함께 하고 싶습니다. 가방과도, 엘리팩토리와도.

여자가 그 나이에 명품가방 하나도 안 들고 다닌다고 아무리 잔소리를 하셔도, 어떤 명품을 가져와도 견줄 수 없는 너무나도 멋진 제 가방입니다.

정말로 꼭, 무덤에 갈 때도 함께 가고 싶습니다. 어쩌다 자식을 남기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 아이에게도 선물해주고픈 가방입니다.

오늘도 너무나 행복한 하루를 선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